리제네론 실적 쇼크로 드러난 제약업계의 구조적 한계

아일리아 매출 급감과 재단 기금 부족이 맞물리며 치료 접근성 위협
미국의 바이오 제약사 리제네론이 2025년 1분기 실적에서 시장의 기대를 크게 밑돌며 충격을 안겼습니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요인은 자사의 주력 제품인 아일리아의 매출 감소입니다. 아일리아는 오랫동안 황반변성과 당뇨병성 황반부종 같은 망막 질환 치료의 핵심 치료제로 자리매김해 왔으며, 리제네론의 매출에서 매우 높은 비중을 차지해 온 약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분기 아일리아의 매출이 전년 대비 26%나 감소하면서 리제네론 전체 성과에 큰 타격을 주었습니다.
아일리아의 매출 하락은 단순한 경쟁 심화의 결과가 아닙니다. 가격이 저렴한 바이오시밀러의 등장과 함께, 환자들이 실제로 약값을 감당하는 데 겪는 어려움이 주요 원인으로 떠올랐습니다. 특히 공공의료보험을 이용하는 환자들이 자주 의존하는 '환자 본인 부담금 지원 프로그램'의 자금난이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고가의 약물을 사용하는 환자들에게 일정 부분 비용을 지원해주는 구조지만, 최근 비영리 재단의 재원이 부족해지며 환자들이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재단의 기금 부족은 환자들이 고가의 아일리아 대신 저렴한 대체 치료제를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 가격 문제를 넘어 의사와 환자의 약물 선택에도 변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그 결과 아일리아의 처방 빈도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아무리 효과가 뛰어난 치료제라 하더라도 환자에게 실질적인 비용 부담이 크다면 시장에서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리제네론은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제약사들의 협력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레너드 슐라이퍼 CEO는 실적 발표 후 투자자들과의 전화회의에서, 현재와 같은 기금 부족 상황을 단일 기업이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강조하며, 모든 제약사들이 함께 재단을 지원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협력이 있어야 환자들이 치료 접근성을 보장받고, 동시에 제약사들 역시 자사의 핵심 치료제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한 기업의 실적 저하에 그치지 않고 제약 산업 전반에 걸친 구조적인 문제를 조명하고 있습니다. 약값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지만, 이를 보조하는 시스템은 불안정하고 제한적입니다. 보험 체계의 복잡성, 환자 지원 프로그램의 재정 문제, 바이오시밀러로 인한 경쟁 심화 등이 얽히면서 기업의 실적과 환자의 치료 기회가 동시에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재단의 기금 부족이라는 문제가 제약사에게까지 예기치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는 점은 업계 전반의 전략 재검토를 불가피하게 만듭니다.
리제네론은 이번 위기를 단기적 실적 악화로만 보지 않고, 장기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 중입니다. 아일리아의 경쟁력을 다시 회복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과 병행하여,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 확대와 파이프라인 다변화도 고려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환자 지원 체계를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을 업계 전체와 함께 논의해야 할 시점입니다. 기업의 이익과 환자의 건강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하는 균형점 찾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번 리제네론 사례는 단일 약물의 부진이 어떻게 산업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낼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약사가 단순히 약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환자들이 실제로 해당 약물을 접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적 기반까지 고민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